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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시간에 주기도문을 외울 때 옆 사람과 입모양이 맞지 않아 당황했던 경험이 있습니까? 같은 기도인데도 누군가는 "나라이 임하옵시며"라고 외우고, 누군가는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라고 외웁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차이가 아니라 성경 번역본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한국 교회에서 오랜 세월 사용해온 개역개정 주기도문과 최근 도입된 새번역 주기도문 사이에는 표현과 의미 전달 방식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를 이해하는 것은 기도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번역본이 존재하는 이유
개역개정 주기도문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 속에서 한국 교회의 신앙 전통을 담아온 번역입니다. 마태복음 6장 9-13절의 예수님 말씀을 담은 이 기도문은 예배마다 반복되며 신자들의 영혼에 깊이 뿌리내렸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 환경이 급변했습니다. "나라이", "임하옵시며", "사하여", "시옵고" 같은 표현들은 현대 일상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고어체입니다. 이러한 표현들이 기도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보다 오히려 청각적 거리감을 만들게 되자, 교단들은 원문에 더욱 충실하면서도 현대인의 언어 감각에 맞는 번역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새번역 주기도문은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여 만들어졌습니다. 2000년대 초반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주요 교단들이 협력하여 헬라어 원문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한 결과물입니다. 이는 기도 내용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면서도 경건함을 잃지 않는 표현을 목표로 했습니다. 따라서 새번역은 기존 번역을 폄하하기보다, 같은 진리를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표현의 현대화
두 번역본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조사(助詞)와 어미(語尾)의 현대화에 있습니다. 개역개정의 "나라이 임하옵시며"는 중세 국어의 주격 조사 "이"가 남아있는 형태이며, "옵시며"는 극존칭 어미의 결합으로 현재 한국어 문법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새번역은 이를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로 다듬어 표준 현대 한국어로 표현했습니다. 비슷하게 "받으시오며"는 "하시며"로, "주시옵고"는 "주시고"로 단순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문장을 더욱 간결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 신자들이 기도의 의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의미 전달의 명확화
새번역에서 주목할 점은 "아버지"라는 주어를 명확하게 반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역개정에서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고 표현하여 주어가 다소 모호하지만, 새번역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로 명확히 표현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 "아버지의 것"이라는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우리가 구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분명히 고백하는 구조로 재편성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어법의 변화가 아니라 신학적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번역 선택입니다.

어휘의 일상화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신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휘의 선택입니다. 개역개정의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는 새번역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죄지은 자"는 "잘못한 사람"으로, "사하다"는 "용서하다"로 변경되었습니다. "사"는 한자어로 기독교 신학 용어이지만, "용서"는 일상에서 일반인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이러한 선택은 신앙이 없는 초신자나 어린이도 기도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일용할 양식"은 "필요한 양식"으로,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는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로,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는 "악에서 구하소서"로 현대적으로 다듬어졌습니다. 특히 "일용할"은 매일의, 하루의 라는 의미를 담은 단어인데, 현대 한국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를 "필요한"이라는 더 명확한 표현으로 바꿈으로써 일용할양식이 단순히 음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영적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송영 부분의 변화
주기도문의 마지막 부분인 송영(노래하는 기도)도 차이를 보입니다. 개역개정은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고 하는데, 새번역은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로 표현합니다. 개역개정의 "대개"는 "아마도", "대략"이라는 의미로 현대 한국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오히려 기도의 확실함을 약하게 만드는 표현입니다. 새번역은 이를 제거함으로써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표현합니다. 또한 "권세"가 "권능"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원문의 의미를 더욱 정확하게 전달하는 선택입니다.

어느 것을 외워야 할까?
교회마다 사용하는 주기도문 번역본이 다르기 때문에 신자들은 종종 혼동을 겪습니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개역개정 주기도문은 세대를 거쳐 내려오는 신앙의 전통과 특유의 운율감을 담고 있으며, 많은 신자들의 영혼에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이에 반해 새번역 주기도문은 기도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그 의미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답은 둘 다 맞다는 것입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지만, 기도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배 공동체에 따라 어떤 번역본을 사용하든, 중요한 것은 그 기도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을 다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새번역으로 전환하는 교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현대인에게 기도의 의미를 더욱 직접적으로 전달하려는 교회의 배려 때문입니다. 동시에 개역개정을 여전히 사용하는 교회들도 신학적 정통성과 신앙의 연속성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이 두 입장은 상충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도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합니다.
| 도입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 첫 번째 청원 |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
| 두 번째 청원 | 나라이 임하옵시며 |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
| 세 번째 청원 |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
| 양식 청원 |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
| 용서 청원 |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
| 시험 청원 |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
| 송영 |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
구분 개역개정 새번역
주기도문은 단순히 외우는 기도가 아니라 신앙의 모든 차원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삶의 태도, 영적 우선순위가 모두 녹아있으며, 이를 반복함으로써 신자는 자신의 신앙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갱신합니다. 따라서 어느 번역본을 선택하든, 그 의미를 깊이 있게 묵상하고 일상 속에서 실천하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배 시간에 옆 사람과 다른 표현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혼동이 아니라 같은 진리를 다양한 언어로 표현하는 한국 교회의 성숙함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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